오랜만에 저녁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고 싶어, 맛있는 안주와 술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을 생각하다, 예전부터 귀염둥이가 날 데리고 가고 싶다던 신천시장의 양고기 맛집인 징기스칸 바를램을 추천했다. 양고기라면, "양꼬치 엔 칭따오"만을 외치던 내게, 북해도식 양고기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작은 조각으로 꼬치에 끼워져 나오는 양꼬치는 좋아하는 편이나, 언젠가 결혼식장 뷔페식당에서 큰 양 갈빗대 하나를 통째로 물어뜯다가 진하게 풍기는 특유의 노린내에 질겁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제대로 하는 양고기가 입맛에 맞을까 살짝 걱정했었다. 오랜만에 운전을 하지 않으려 택시를 잡고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징기스칸 바를램이었다.
- 상호 : 바를램
- 전화번호 : 010-3377-3250
-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들안로 365(수성동4가 1024-2)
- 영업시간 : 17:30~23:00(월~토, Last Order : 22:00),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bareul_lamb
신천시장 사거리에서 수성 네거리 방면으로 100m정도 도보로 오다보면 수성네거리 방면 갓길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쉽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귀염둥이가 수년 전에 방문했을 때에도 사람이 미어터지던 맛집이라고 해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었다. 예약을 한 게 다행인 것 같았다. 조금 후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자리가 꽉꽉 찼다. 소고기 돼지고기가 아닌,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는게 조금 생소했다. 양꼬치를 처음 먹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는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건 재밌다.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징기스칸 바를램은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이라, 사람이 많은 주말저녁의 풍경이 무척 분주해보였다.
예약을 해서인지 미리 자리에 밑반찬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징기스칸 바를램의 메뉴판. 일단 먼저 양갈비를 먼저 먹고 다른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다. 고급 양갈비라는 프랜치랙이란 게 있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후기를 듣고, 일단 기본적인 갈비를 먼저 뜯어보기로 했다. 양갈비 3인분과 기린 이치방 생맥주를 한잔 시켰다. 원래 칭따오 병맥주를 먼저 마시려 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먹던 생맥주가 너무 맛있어보여서 시켰다.
테이블 앞에 정말 보기 영롱한 숯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 테이블 앞에서 테이블 담당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이었다. 직접 고기를 굽지 않고 먹기만 할 수 있어서 편했다.
이렇게 신선한 야채도 많이 구비되어 있어, 언제든 요청하는 만큼 구워줬다. 파를 구워먹는게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숯불로 구운 고기가 식지 않게끔 고체연료 초로 은은하게 데운 이 팬 위에 고기와 구운 야채를 담아줬다.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바를램의 양고기를 처음 먹을 때, 맛있게 먹는 방법(위 메뉴판 참고)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청양고추와 간마늘을 특제소스에 취향껏 넣어 소스를 제조하는 일이다. 듬뿍 떠서 소스에 섞어줬다. 청양이 들어가서인지 소스가 매콤~했다.
두번째로는,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핑크솔트에 콕 찍어 한입을 먹는 것이었다.
핑크색 소금이 예뻤는데, 소금을 뿌리는 통이 자동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아래 영상 참조).
이제 고기 먹을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술과 음료를 시켰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와,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귀염둥이의 Cheers! 기린 이치방 생맥주 맛있었다. 사이다 담은 저 선토리 위스키 잔도 예뻐보이네.
갈빗대가 준비되었다. 오, 만화에서 본듯한 고기같은 느낌이다. 언뜻 봐서는 돼지고기 목살같은 비주얼이다. 과연..?
고기를 올리기 전에 살살 달궈진 불판 가장자리로 다양한 야채들을 둘러 얹었다. 단호박, 파, 꽈리고추, 양파, 방울토마토, 통마늘이었는데, 익혀먹으니 정말 맛있는 것들이었다.
고기를 얹기 전에 먼저 전채요리처럼 구운 야채가 대기 팬에 얹어졌다.
구운 방울토마토와 꽈리꼬추. 너무 맛있다. 토마토는 불판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입에 넣으면 과즙이 너무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충분히 식혀서 드시기 바란다. 꽈리고추는 맵지 않아 고소했다.
고기가 올라갔다. 두툼한 갈빗살이라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양갈비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가 미디움이나 미디움레어로 먹는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무슨 고기를 막론하고도 불맛을 많이 본 걸 좋아해 웰던으로 익힌 걸 선호했다. 처음 갈비 두대는 미디움으로 구웠고, 세번째 갈빗대는 웰던으로 구워달라고 주문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갈빗대,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난다.
어느 정도 익으면, 직원분이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살짝 데워진 팬에 얹어주신다. 이제 본격적으로 슬슬 맛을 봐야겠다.
알려준대로 핑크솔트만 살짝 찍어서 먼저 맛본다. 음~ 풍미가 강하다. 이건 식은 것 보다 뜨거운 채로 먹는 게 맛있는 느낌이다. 일전에 결혼식장 뷔페식당에서 약간 식은 양갈비에서 느꼈던 거부감있던 풍미가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았다. 하지만, 갓 구워서 먹는 양고기는 맛있었다.
이번에는 소금을 찍은 후 와사비를 살짝 얹어서 먹어봤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역시 소금에 와사비는 고기종류를 막론하고 최고의 소스인 것 같았다.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바를램의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소개된, 잘 익은 고기와 야채를 소스에 담가두었다가 먹는 것인데, 야채 없이 우선 고기만 소스에 담갔다.
소스에 담가둔 청양고추를 하나 얹고, 와사비를 살짝 얹어서 먹으니 소스맛이 고기에 배여 정말 맛있었다. 청양고추도 작게 썰어서 너무 맵지 않고, 매콤하게 고기맛을 더 돋우었다.
이건 갈빗대, 소금에 살짝 찍어서 한입, 그 다음엔 소스에 찍어서 한입 뜯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뼈가 너무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 역시 갈비는 뼈째로 뜯어먹는 맛이 좋았다.
고기를 좀 먹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양살치살을 하나 더 주문하기로 했다. 이 양살치살이 특미인지, 1일 20인분이 한정으로 들어와 좌석당 최대 2인분까지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2인분을 달라고 하니, 마침 19인분째 주문이 끝나서 딱 1인분만 남았다고 하여 1인분을 겨우 주문할 수 있었다. 용케도 마지막 살치살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우선 살치살부터 주문하고 그 다음에 갈비살을 주문하시기를 추천드린다. 나는 잘 몰랐다.
양살치살 1인분이 올라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데워진 팬에 올렸다. 너무 먹음직스럽다.
소스에 푹 담갔다가 소금도 찍고 청양고추도 올리고 와사비도 올리고 냠냠했다. 양살치살이 하루에 20인분만 한정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갈비살보다 개인적으로 이게 더 맛있다. 비계보다 살코기 부분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사람들 입맛에는 꼭 맞을 것 같다. 꼭 시켜 드시길 추천드린다.
생맥주는 다 마시고 칭따오 한병을 더 시켰다. 역시 양고기엔 칭따오가 적격이다. 딱 맛는 풍미다. 뭔가 고기의 맛과 잘 잘 어울린다.
주문한 고기를 다 구운 후에는 숙주를 불판에 올려주신다. 양고기 기름을 잔뜩 머금은 불판 위에서 숙주가 기름을 머금고 풀이 죽는다. 숙주나물이란 게 옛날 조선시대 신숙주가 사육신을 고변한 배신자가 되면서, 잘 시드는 나물이라 숙주라고 하는 거라 어릴 때 만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백성들이 신숙주를 미워해서 만두소를 만들 때 숙주나물을 짓이겨서 하기 때문에 신숙주를 나물 짓이기듯이 하라고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사인지 야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신숙주 영감처럼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뭐 본인도 쉽지만은 않은 인생이었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잘 구워진 숙주나물 정말 맛있네. 장에 담갔다 먹으니 짭쪼롭한 게 간이 딱 맞다. 양갈비에 이어 살치살까지 다 먹었지만 양은 백퍼센트 차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시키고 싶었는데, 카레나 오뎅탕 중 하나를 시켜서 밥과 같이 먹으려니 너무 거한 느낌이어서 그러지 않았다. 조그만 뚝배기 된장찌개 하나 정도 메뉴에 추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면이랑 같이. 뭐, 그렇게 약간 아쉬운 정도로 먹고 칭따오 맥주도 한 반병 정도 남긴 채 일어섰다. 막판에 맥주를 안 마시고 너무 집중해서 고기만 먹었다고... 왜 맥주를 안 마신지 잘 모르겠다. 여튼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아닌 남이 구워주는 양고기와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좋은 저녁식사였다.
앞으로는 귀염둥이와 그냥 식사 말고 반주로 맛있는 술이 곁들여지는 음식들을 찾아다녀보기로 했다. 주당은 아니다만, 맛있는 음식과 먹는 한잔의 술은 정말 즐거운 것 같아서 앞으로의 맛집 투어가 기대된다. 더 많이 포스팅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 총 평 (별점 ★★★★☆ 4.7/5)
-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징기스칸 바를램은 내 기준 별점 5점 만점에 4.7점을 매긴 양고기 맛집이다.
- 양고기는 양꼬치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구워서 잘라먹는 양고기를 먹는 건 처음이었다. 결혼식장 뷔페 식당코너에서 처음 맛본 약간 식은 양갈빗대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가 심한 노린내에 거부감을 느껴버린 후에, 양고기는 내 취향이 아닌 걸로 잠정적 결론을 짓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한 식당이었다.
- 직접 굽지 않아서 좋고, 직원분이 잘 구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는 게 편했다.
- 고기도 맛있고, 딱 맥주 한잔 하기 좋은 분위기였다. 주말보다는 오히려 퇴근길 넥타이를 딱 풀어헤치면서 맥주 한병 딱 하고 가는 그런 이미지가 그려지는 식당이었다. 어떤 느낌인지는 한 번 와보면 아실듯 하다.
- 고기 외에도 구운 야채가 맛있다. 야채는 원하는 만큼 더 구워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
- 식사는 조금 아쉬웠는데, 고기를 먹고 나서 딱 밥에 된장찌개나 냉면이 생각났는데, 사이드메뉴들이 다소 거창했다. 고기를 얼추 먹고 나서 오뎅이 가득한 오뎅탕을 주문하기도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었고, 2인분짜리 카레를 주문해도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가격대는 조금은 있는 편, 돼지고기보다는 비싼 느낌이고 한우보다는 조금 싼 느낌 정도였다. 양껏 먹는다면 한우 정도 가격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 양꼬치가 아닌 직원이 먹기좋게 구워주는 양갈비나 양살치살에 맥주 한잔 먹고 싶은 사람들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린다.
- 이상 신천시장 양고기 맛집, 징기스칸 바를램의 후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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